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을 미국의 대표적인 무역적자국 중 하나로 지목했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 “유럽과 중국·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비관세 장벽이 있고 관세가 높아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대미 무역흑자국들)이 당장 모든 장벽을 낮추면 협상은 끝날 것”이라며 “장벽을 없애지 않은 나라들에는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공세의 총구가 한국을 직접 겨냥함에 따라 대미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658억 달러(약 95조 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멕시코·일본·대만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무역적자액이 많은 교역 대상국이다. 16일에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상호관세 부과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각국과 새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려면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세워 대처해야 한다. 우선 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구체적 수치와 논거 등을 제시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23년 215억 달러 등 최근 2년간 미국에 가장 많은 그린필드(신규 생산시설 및 법인 설립) 투자를 한 나라다. 또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로 생겨난 일자리가 전체 28만 개 중 2만 개 이상으로 1위였다. 대미 무역흑자의 상당 부분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공장 설립·가동에 필요한 중간재 수출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부품과 기계들이 많이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대미 수출액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50.1%(580억 달러), 2024년 51.2%(654억 달러)에 달했다. 조선·에너지·원자력·방산 등 미국이 원하는 우리 산업 분야와의 협력 방안도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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