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에 밀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7위까지 추락했던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한화그룹의 주가 고공 행진에 힘입어 6위 자리를 되찾았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 확대와 기업 밸류업(주주가치 제고) 문화 확산으로 고배당주 ETF에도 뭉칫돈이 유입되며 키움운용과의 격차를 점점 벌리는 모습이다.
1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4조 122억 원으로 지난해 말(3조 3437억 원) 대비 6685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키움운용의 ETF 순자산 증가분은 3150억 원으로 한화운용 증가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화운용의 약진은 올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고공 행진 영향이 컸다. 올 들어 이날까지 수익률 상위 6개 ETF 중 4개가 한화운용의 ETF였다. 한화그룹 계열사 전반에 투자하는 ‘PLUS 한화그룹주’ ETF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방산과 조선 업종이 활황을 보인 덕에 올 들어 8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방산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PLUS K방산’ ETF는 올 들어 90% 넘게 오르며 수익률 1위에 등극했다.
올 초 펀드 외국 납부세액 과세 방법 변경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퇴직연금 계좌 등 절세 계좌 내 분배금 과세 이연 혜택이 사라지자 해외 배당 ETF에서 국내 배당 ETF로 대규모 투자 자금 이동이 발생했다. 미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며 배당주 투자 수요가 증가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화운용의 ‘PLUS 고배당’ ETF에는 올 들어 1000억 원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2023년 말 기준 한화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2.44%로 신한운용(2.19%)과 키움운용(2.23%)을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상위 10개 운용사 중 역성장한 NH아문디자산운용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수치(3959억 원)로 ETF 순자산이 증가했는데, 다시 재도약에 성공한 셈이다.
키움운용의 경우 올 초 브랜드명 교체와 더불어 이경준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전략본부장을 ETF 운용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시행했으나 아직 ETF 사업 역량 강화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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