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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 시대, 졸리 유방절제술 도움 될까

이달곤 동반성장위원장

이달곤 동반성장위원장




필자는 1·2·3차 산업혁명을 겪은 세대다. 증기기관차를 탔고, 전기가 제1의 유틸리티였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세상과 통해왔다. 지금은 몇 가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용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실감하는 중이다. 언뜻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생각났다. 2013년 유전자 변이로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의사의 판단에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 예후도 없는데 확률의 도포 위에 놓인 자신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고 수술대로 올라간 것이다.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고 거꾸로 현재로 오면서 번민한 괴짜 여배우의 결단이다.

필자는 ‘21세기위원회’에서 2020년을 타깃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비전을 설정하고 발전 전략을 짜는 일을 전문가들과 같이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남북 관계나 사회 분야에서는 당시 예상보다 진전이 미미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산업기술과 경제 분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적지 않다. 그때 인구 추계와 몇몇 경제지표를 활용했지만 2020년 한국의 전체 모습을 그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시 한국의 미약한 현실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무겁게 억눌렀다. 선진국을 비전으로 삼고 현재 제약 아래 앞일을 궁리하는 전향적 사고에 매몰돼 있었다. 해외 출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강의 기적은 이 방법론이 통했다.

지금은 어떤가. 추격 전략으로 될 일인가. 재원·인재·제도적 역량은 아직 취약하지만 이번 혁명에서는 대안적 방법론은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목도하고 있다. 곧 전개될 범용인공지능(GAI)과 AI가 결합된 휴머노이드, 그다음에 나올 절대 강자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얼개에 대한 전망과 미래 탐색을 먼저 중점적으로 해봐야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다. AI 관련 법은 생성형은 물론이고 ‘고영향 AI’도 규정하고 연구개발(R&D)과 지원·규제 등 다양한 차원의 일거리를 열거하고 있다. 관련 부처들은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어느 한 기관뿐만이 아니라 영명한 4차 산업혁명 전사들이 고려했으면 하는 한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익숙한 추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와 대기업 중심 등 골격의 한계도 많다. 거기에 딥테크와 전문인력 역량 한계, 정부 관여 등도 제약 변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미래를 만들지 말고, 최근까지 축적된 다양한 정보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할 것 인가에 대해 고뇌하면서 기본 골격을 짜야 한다. 가능성이 높은 대안적 미래를 그리는 것이 우선이다. 졸리도 확률 위에서 결정했고 매사추세츠공대(MIT)의 AI 도구 ‘퓨처유’도 확률에 근거해 ‘당신의 미래’를 예측한다.

어떤 시점의 몇 가지 미래가 그려진 다음 시간 축에서 뒤로 걸어오면서 단계적으로 보다 구체성이 높은 근미래를 구상해야 하고, 구체성이 나타날 때 전략과 정책을 논해야 한다. 그로부터 8년 뒤에는, 또 5년 뒤에는, 내년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 수 있고, 그래서 올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디테일은 전향적 사고로 뒷받침하면 된다. 그다음 우리의 장기인 의지력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이것이 후향적 사고 방법론이다.

‘추격적 마인드’는 종속을 심화시킬 뿐이다. 선도 전략에는 후향적 사고 방법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잡기’를 지양하고 집단지성으로 과감한 미래 구성의 묘기를 발휘해보자. 더 길게 보면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뒤로 걸으면서(後步) 그리는 미래’를 궁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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