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인접 지자체인 수원, 용인, 화성 등 3개 특례시 사이가 각종 이해관계 및 민원처리 문제로 갈수록 틀어지고 있다. 이웃사촌으로 상부상조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현안마다 날카롭게 부딪히는 앙숙 사이가 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는 오랫동안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을 정점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실제 수원시는 예전부터 상업의 중심지이자 도내 유일의 자족도시로서 위상이 높았다.
반면 생활권의 상당부분을 수원시에 의존했던 화성시는 한때 ‘수원광역시’ 구상의 첫 단추로 손꼽힐 정도로 위상이 낮았다. 용인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상당기간 수원시에 물자를 공급하는 주변도시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상황이 달라졌다. 수원시가 중첩규제에 묶여 기업들의 이전이 가속화하는 등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진 반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용인시와 화성시는 기업이 몰려들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실제제 화성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1년 기준 91조417억원으로 수원시를 이미 추월했고, 용인시는 수원시와 비등한 수준이 됐다.올해 초 막내 격인 화성시가 인구 100만 특례시 지위를 획득하면서 용인시와 화성시는 인구규모에서도 조만간 수원시를 추월할 기세다.
수원시와 화성시 갈등의 시작은 국방부가 2013년 제정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2017년 화옹지구를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로 선정하면서다. 도심에 자리 잡은 군공항으로 인해 확장성이 막힌 수원시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 공항이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화옹지구 면적은 여의도 20배인 6200만㎡에 달한다.
하지만 발전도상에 있던 화성시는 환경이슈가 있는 공항이전에 반발했다. 반발의 수위는 민선 8기 들어서 훨씬 높아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공약 중 하나인 경기남부국제공항 건립이 화옹지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화성시측 의심의 눈초리는 경기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시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자체에 이어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양 도시의 여론전은 ‘호형호제’하던 두 도시 사이에 앙금을 쌓이게 하고 있다.
용인시도 십 수 년 전부터 광교산의 송전철탑 이설 공사로 수원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송전철탑 이설이 용인시민의 생활환경을 침해한다는 용인시에 맞서 수원시가 예정된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010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소재 해모로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응해 2012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일원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전철탑 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지구와 영통구는 용인시와 수원시에서 각각 가장 부촌이며, 유권자들의 입김이 센 지역으로 손꼽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1년 11월 고충민원 심의를 통해 ‘용인 시민의 민원 해소방안을 강구한 후 송전철탑 이설을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수원시는 요지부동이다.
수원시는 송전철탑을 옮겨 설치하더라도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2년 전 이미 설명회까지 열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용인시는 수원시가 일방적인 행정으로 대안도 내놓지 않아 주민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어 “수원시가 공동시행자인 용인시와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광교 송전철탑 이설을 강행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로 이웃 도시 간 공동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광교 송전철탑 이설사업 추진(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변경)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수원시 측에 발송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3개 시 갈등에 대해 또 다른 인접 지자체 관계자는 “수원시가 성장판이 닫히고 있는 반면 용인시와 화성시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불가피하게 빚어지는 갈등 같다”며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데다 양측간 입장차이도 분명해 원만한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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