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휴대전화 회선 수가 1000만 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기침체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통신비 절약 움직임이 확산된 데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가성비 요금제’가 우후죽순 쏟아진 덕분이다. 최근에는 금융권까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1월 국내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수는 955만8016개를 기록, 전년 1월(884만7562개) 대비 약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통신3사의 회선 수가 감소하거나(SKT·KT), 소폭 증가한 것(LG유플러스)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회선 수가 약 687만 개에 불과했던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40% 늘었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차이도 좁히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609만개였던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수는 2022년 727만 개, 2023년에는 782만 개로 늘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저렴한 요금제를 속속 선보이며 가격에 민감한 젊은층을 빠르게 흡수했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14세 이상 휴대폰 이용자 3만3242명을 대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알뜰폰 이용자 중 20~30대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로, 2018년(33%)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알뜰폰 시장은 연초 정부가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올 1월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3사의 망을 대여해 사용한 후 지불하는 ‘도매대가’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지금까지는 소매 요금에서 판촉비 등의 비용을 차감해 도매대가를 산정했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제공비용 기반 방식’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는 알뜰폰 업체에 회선을 빌려주는 비용만으로 도매대가를 산정해야 한다. 망 대여에 필요한 비용만 정산하기 때문에 데이터 도매 대가는 1MB(메가바이트) 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4% 낮아졌고, 음성 도매대가도 5% 가량 줄었다.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3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줄어들자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상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1월부터 1만4000~1만9000원 대의 5G·20GB 요금제 약 7종이 출시됐고, 앞으로 15종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요금제들은 모두 SK텔레콤 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요금제지만, 스마텔, 큰사람커넥트 등 알뜰폰 업체들은 KT, LG유플러스에서도 1만 원대 요금제 출시를 신청해 둔 상태다.
또한 이번 정책 변화를 계기로 알뜰폰 업계가 5G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알뜰폰 업계는 주로 롱텀에볼류션(LTE) 휴대전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통사들이 LTE 요금제를 줄이고 5G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LTE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알뜰폰으로 대거 옮겨가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통신 시장이 점차 5G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알뜰폰 업계의 성장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이통사 대비 데이터 제공 용량이 큰 5G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통신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5G 알뜰폰 회선은 37만3186개로 전월대비 약 2% 늘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며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고명수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이동통신 업계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많은 업체들이 20GB, 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추후 많은 소비자들이 가계 통신비 절약 차원에서 알뜰폰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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