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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오픈 이노베이션의 민낯


“말만 스타트업 육성을 외칠 뿐이지 하청 업체나 다름없어요. 투자를 약속한 대기업을 대신해 반년 넘게 각종 법 규정 검토, 국내외 케이스 스터디, 위탁 제조 생산 등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주관하는 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A 대표는 기자를 만나 이러한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A 대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유통 대기업으로부터 마케팅 협력 등을 약속받고 초기 투자도 유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사업 제안서에 담았던 협업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잡무를 대신 처리해주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A 대표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 대표 싱크탱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소위 말해 스펙 좋은 창업자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과 전혀 무관한) 업무를 대신 해주느라 쓴 시간과 인건비를 계산하면 2억 원이 족히 넘는다. 약속받은 투자 금액을 넘어섰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오픈이노베이션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최근 들어 이러한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약속한 투자금이 최종 납입되고, 대형 유통 체인 입점 등 스타트업이 기대하는 협업이 성사될 때까지 약 6개월~1년 사이의 기간은 대기업이 무슨 일을 시켜도 군말 없이 해야만 하는 신세라는 것.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 부처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수십 개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쏟아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참가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수는 제한돼 있는데 전국에서 프로그램 참여 요청이 쏟아지다 보니 이름만 걸어놓는 기업도 태반이라고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기업의 인식 개선이다. 한 대기업의 투자팀장은 창업자들에게 “대기업이랑 협력하려면 ‘다 빼앗긴다’고 각오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말만 번지르르한 오픈이노베이션 난립에 스타트업 대표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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