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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게으른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

■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전무)




현대인은 바쁘다. 투자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기 어렵고 매일 쏟아지는 경제 뉴스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도 난망하다. 이런 현실에 처한 투자자에게 주목받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게으른 투자(Lazy Portfolio)’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를 창립한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제안해서 더 유명해진 ‘올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이름 그대로 경제 성장과 침체, 물가 상승과 하락 등 모든 경제 국면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포트폴리오다. 어떠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자산군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게 균형 있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구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식에 30%, 장기와 중기 국채에 각각 40%와 15%씩 투자한다. 남은 15%는 금과 원자재에 절반씩 배분한다. 성장 시기에 주식이 자산 증식을, 침체 시기에 국채가 안정성을, 물가 상승 시기에 금과 원자재가 가치 보존을, 물가 하락 시기에는 국채와 금이 자산 가치 하락 방어 역할을 한다. 어느 한 시나리오(국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수익을 얻도록 전략이 짜인 셈이다.



해당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장점은 간결성이다. 복잡한 시장 예측이나 잦은 매매 없이 연간 1~2회 정도 간단한 재조정(리밸런싱)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투자자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장기 투자를 이어 나갈 수 있다. 빈번한 거래에 따른 수수료도 크게 발생하지 않아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설계된 만큼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철학과 특징을 녹여 필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한국인에게 맞춤 올웨더 포트폴리오(이하 ETF포트폴리오)를 소개해 보겠다. 주식 부문의 30% 중 15.6%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하고 미국 외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을 각각 9.6%와 4.8%씩 편입한다. 채권 부문에서는 미국 장기채에 40%, 국내 종합 채권에 15%를 각각 투자하고, 남은 부분으로 금과 원자재를 각각 7.5% 섞는다.

정량적으로 ETF포트폴리오의 과거 성과를 코스피 200 ETF와 국내종합채권지수와 비교해봤다. 지난 20년간 ETF포트폴리오(코스피200, KIS종합채권지수)의 연평균 수익률과 누적 수익률은 각각 7.8%(7.1%, 3.7%), 353%(297%, 105%)를 기록했고, 연간변동성위험은 8.8%(18.4%, 2.9%)를 보였다. 이를 위험조정수익률(Sharpe Ratio)로 종합해보면 0.57(0.23, 0.29)로 코스피와 국내채권 대비 매력적인 수치를 달성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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