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서울 지역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촉발한 집값 상승에 금융 감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하와 총량 관리라는 모순된 정책이 얹혀 대출을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당국이 더 큰 관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달 21일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과 선순위 근저당 감액·말소, 신탁등기 말소 등의 조건과 동시에 받는 대출은 취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격이 오르고 대출이 급증하자 억제에 나선 셈이다. 은행 측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은행권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해 9월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올해 1월 취급을 재개했다. 하지만 당국 눈치에 두 달여 만에 다시 대출을 막았다.
실제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토허제 지정이 해제된 서울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청과 신규 취급 추이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월별·분기별로 관리하는 데 이어 집값 상승 우려가 큰 지역은 별도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계부채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3월 이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은행별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판단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 3000억 원 늘었다. 1월에 9000억 원 감소했지만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는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신학기 이사 수요와 연초 은행권 영업 재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월에는 가계대출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출 총량 관리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는 문제”라며 “금융 규제를 통한 방법으로 대출 수요를 잡겠다는 생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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