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196170)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약 2조 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시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로써 알테오젠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체결한 전체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수준으로 늘었다. 이번 계약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쟁사 미국 할로자임테라퓨틱스와의 특허 분쟁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은 알테오젠이 얻은 중요한 성과다.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SC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의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바이오 연구개발(R&D) 부문 자회사인 메드이뮨 미국법인(MedImmune, LLC), 영국법인(MedImmune Limited)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법인과의 계약은 항암제 1개 품목과 관련해 계약금 290억 원, 제품의 임상· 품목허가·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8437억 원을 포함해 총 8727억 원 규모다. 영국법인과는 항암제 2개 품목에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하는 데 계약금 367억 원, 마일스톤 1조 537억 원을 포함 총 1조 537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1조 9631억 원에 달한다. 알테오젠은 계약 대상 품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와 ‘임주도’가 대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알테오젠이 ALT-B4 플랫폼을 기반으로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총 6건, 총액 9조 원 규모로 늘었다.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해 정맥주사(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특히 알테오젠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미국머크(MSD)와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인 ‘키트루다’를 SC 제형으로 변경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인 ‘엔허투’에 알테오젠의 SC 제형 변경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화두인 ADC를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것은 알테오젠이 세계 최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알테오젠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이 회사의 SC 제형 변경 기술이 특허 회피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약물이라도 SC 제형으로 개발하면 신규 특허로 인정돼 특허를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MSD가 알테오젠과의 독점 계약을 서두른 것도 지난해 매출 295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했던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 기한(2028년)이 임박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경쟁사인 미국 할로자임의 특허가 2030년에 만료되는 반면 알테오젠의 특허는 2040년에 만료된다는 점은 최근 빅파마 사이에서 알테오젠이 선호되는 이유다.
이번 계약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할로자임과의 특허 분쟁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1월 할로자임 특허 관련 보고서에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사용된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이 할로자임의 ‘엠다제(MDASE)’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이후 알테오젠은 할로자임으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소문에 시달려왔다. 소송을 당하면 막대한 법률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데다 SC 제형 변경 제품 개발이 늦어질 경우 마일스톤이나 로열티 수령 일정도 지연될 수 있다. 특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추가 기술수출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은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빅파마가 매출 비중이 높은 제품의 특허를 연장하기 위해 알테오젠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할로자임과의 특허 관련 분쟁의 소지를 남겨뒀을 가능성은 낮다”며 “MSD와 다이이찌산쿄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가 10년 이상을 보고 계약을 진행한 것은 다각도로 특허 검증을 완료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특허 분쟁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MSD와 함께 할로자임에 대한 특허무효심판 또한 진행하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세계적인 혁신 치료제 개발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한 발전”이라며 “물질 및 특허권리 등 다양한 분야의 실사를 거친 후 체결한 계약인 만큼 빠른 개발을 통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마사체시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의료책임자는 “알테오젠과 우리 포트폴리오의 여러 자산에 대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암 치료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피하투여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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