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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선·철강업계 상생이 절실한 이유

심기문 산업부 기자 





“한국은 철강 3위 수출국인 동시에 2위 수입국입니다. 미국이 남의 철강을 써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걸 문제 삼으면 한국 철강 산업은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자 국내 철강 산업에 대해 한 석학은 이같이 평했다. 철강은 관세를 매기기 가장 쉬운 품목이지만 한국은 철강 수출과 수입 규모가 모두 커 관세전쟁에서 상당히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한국은 2023년 생산한 철강 6668만 톤 중 2704만 톤을 해외에 수출했다. 글로벌 3위 수준의 수출 규모다.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40.6%로 미국(10.9%), 중국(9.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동시에 한국은 2023년 1502만 톤의 철강을 수입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조선 등 전방산업이 중국·일본산 철강을 사용한 반면 포스코·현대제철(004020)은 해외에 철강을 내다 판 결과다. 글로벌 6위 철강 생산 국가로 국내에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통상 문제가 발생하면 치명타를 입는 구조인 것이다. 미국의 관세 이슈를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 산업의 취약한 고리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발점은 배 만드는 데 쓰이는 후판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조선·철강 업계 간 공생이어야 한다. 국내시장 규모만 8조 원인 후판은 철강사들의 주력 제품인 동시에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해 조선사 입장에서도 핵심 원자재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국이 관세 칼날을 중국산 후판이 사용된 선박에 겨눌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36.9%에 달한 중국산 후판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조선과 철강 업계는 눈앞의 이익보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그래야 철강은 통상 이슈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조선은 ‘트럼프 수혜’가 공염불이 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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