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핵심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뒷받침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22.1달러로 2020년(94.3달러) 대비 29.5% 상승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역시 같은 기간 ㎿h당 103.9달러에서 130.4달러로 25.5% 올랐다. 연평균 8~9%씩 산업·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셈이다.
인상률만 보면 우리나라 요금이 상당히 비싼 수준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해당 기간 전력 요금을 높인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데이터센터 설치와 인공지능(AI) 산업 발달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로 세계 각국에서 전기요금을 가파르게 올렸다.
실제로 영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2020년 155.8달러에서 2023년 321.4달러로 2배 이상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인 독일도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173.4달러에서 220.1달러로 30% 인상했다. 이에 2023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35개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저렴한 국가는 헝가리와 튀르키예 단 두 곳뿐이었다.
전기 업계에서는 중장기 전력망 구축을 고려해서라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부채가 205조 원에 달한다”며 “그동안 누적된 손해를 만회하려면 원가보다는 더 받는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산업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송배전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한전의 재무구조 안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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