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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 외친 이재용…"독한 '삼성인' 돼라"

■ 全임원진 교육에 '영상 메시지'

죽느냐 사느냐…생존문제 직면

전분야서 기술 경쟁력 훼손

국적불문 특급 인재 찾아야

삼성이 제 역할 하고있나 의문

경영진부터 통렬한 반성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들을 향해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위기의식을 강하게 전하고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며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경기도 용인시 인력개발원에서 진행 중인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라는 명칭이 붙은 임원 교육 세미나는 2016년 이후 9년 만으로, 다음 달 말까지 계속된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는데 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가 총력전의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와 산업을 선도해야 할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삼성 경영의 근본을 이루는 ‘인재 제일’과 관련해 이 회장은 더욱 공격적인 방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면서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임원 교육에서 통렬한 반성과 쇄신, 기술과 인재 경영 강화를 역설한 것은 최근 반도체 사업 등의 위기로 그룹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인 HBM에서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에 기술력이 밀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를 방증하듯 이 회장은 삼성전자 각 사업부를 특정해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꼬집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질책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즉생 각오로 과감히 행동할 때”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교육에 참석한 임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패가 주어졌다.

삼성의 경영 시계는 올해도 불투명한 형국이다. 증권사 21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조 116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각각 35조 원과 53조 6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룹 전반의 복합위기를 타개해나가기 위해 지난해 말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신설한 경영진단실도 올 들어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교육 후 받은 크리스털패에 새겨진 내용이 사실상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라며 “삼성다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위기에 강하고,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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