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수준의 저출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5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역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현금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채무를 더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진단이다.
이 총재는 14일 연세대가 개최한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 기조연설에서 “현재 합계출산율인 0.75명이 지속된다면 한국 인구는 현재 5100만 명에서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이 경우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보다 0.03명 증가해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총재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현재 2%에서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합계출산율이 1.4는 돼야 2050년대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 재정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인기 영합적인 복지 정책이나 현금 지원과 같은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며 “이는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현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뒤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이날 이 총재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제시했다. 이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일부 대학처럼 소수의 학생만 지역균형 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낙인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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