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간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몽골을 돕기 위해 한국 의료진이 간이식 기술 전수에 나선지 15년만에 300여 명이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몽골 정부의 요청으로 2010년부터 수도 울란바토르 국립제1병원에 생체 간이식을 전수한 결과 현지 병원이 생체 간이식 누적 300례를 달성했다고 14일 밝혔다.
세계암연구기금(WCRF) 통계에 따르면 몽골은 2022년 간암 신규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96.1명에 달해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인구 대비 간암 사망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럼에도 자국에선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없어 소수의 환자만이 해외 원정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에 몽골 정부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직접 간이식 프로그램 유치팀을 조직하고 서울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몽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지 의료진 초청 연수, 아산병원 의료진의 현지 수술 집도 및 환자 관리, 독자적인 간이식 운영을 위한 시스템 정착으로 이어지는 3단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0년 6월부터 몽골 국립 제1병원 의료진의 초청 연수에 나섰다. 생체 간이식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 등 20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아산병원 간이식팀은 2011년 몽골 최초의 생체 간이식에 직접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총 20차례 몽골을 방문했다. 15년간 현지에 파견된 아산병원 의료진은 214명에 달한다. 지난달 22일엔 몽골 최초로 기증자의 간을 복강경으로 절제해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에 성공했는데, 여기에도 간이식·간담도외과의 정동환, 강우형 교수가 함께 했다. 몽골 국립 제1병원은 그간 300례가 넘는 생체 간이식을 300례 시행하며 안정적인 수술 궤도에 올랐지만 복강경 간 절제 경험이 없어 서울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몽골 국립 제1병원은 2015년부터 독자적으로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기 시작했다. 아산병원 의료진들은 간이식을 전수 받은 현지 의료진이 자체적으로 수술을 진행할 때면 메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화상전화 등을 통해 수술 예정인 환자의 간이식 적응증 여부와 수술 시 주의사항, 환자 관리 방법을 제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았던 몽골 의료진 192명을 포함해 그간 양국을 오가며 말기 간질환 환자들을 살리는 데 헌신한 의료진은 406명에 달한다. 이들이 오가는 비용과 현지 부족한 의료 장비 확충 등 간이식 전수에 드는 비용은 모두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이 지원했다. 그 결과 몽골 국립제1병원은 현지 다른 병원에 간이식을 전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아산 인 아시아 프로젝트'를 이끈 이승규 석좌교수는 "몽골 정부와 처음 협약을 맺을 당시 현지엔 마땅한 간이식 치료 기술과 장비가 없어 전적으로 해외 원정 치료에 의존해야 했다"며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의 15년 노력으로 많은 환자가 새 생명을 얻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정동환 교수는 “이번 성과는 몽골에 단순히 간이식 술기를 전수한 것을 넘어 장기간에 걸쳐 서울아산병원만의 간이식 진료 및 수술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고 몽골 병원이 더 많은 자국 환자를 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기증자 복강경 간 절제술도 현지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을 합쳐 지금까지 8937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해왔다. 두 명의 간 기증자에게서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은 649례로 세계 최다 수준이다. 수혜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다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간이식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1례를 시행했다. 고난도 생체간이식이 대부분임에도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3년 90%, 10년 89%로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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