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반(反)기업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반대에도 기업 경영을 옥죌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막판 주도권을 잡고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상법상 이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회사가 임용하는 데다 이해관계가 다른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선진국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조차 없는 데다 배임죄 처벌 범위와 수위도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 상법 개정안까지 더해지면 경영진들이 소송 남발,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등을 우려해 신속한 투자와 혁신적 의사 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미래 가치 하락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이어지면서 투자가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전날 민생연석회의를 통해 불법 파업 시에도 손해배상 면책,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 주4일제 도입 등 반(反)시장적 정책들을 대거 내놓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친(親)기업’ ‘성장 우선’ 등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노동계 등 지지층 표만 의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기업들을 전방위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으니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현실적 대안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대주주 전횡을 핀셋 규제하거나 주주환원 촉진 세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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