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니까 믿고 맡기셔도 돼요. 다만 예금 가입한도는 5000만 원입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 원이라서 한도까지만 받고 있어요.”
13일 안국저축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예금 담당 직원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을 설명하면서 가입 가능한 한도를 안내했다. 5000만 원 이상 납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현행법상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 원이지만 은행이 직접적으로 예금자보호한도만큼 가입할 수 있다고 권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OK저축은행 지점 관계자는 “창구에서 근무하다보면 아직까지 저축은행에 예금을 넣어도 안전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그럴때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 원이라고 고지하면서 그 이상 예치하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은 고객의 판단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에서 예금에 가입할 수 있는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흔치 않다”고 부연했다.
안국저축은행이 예금 가입 한도를 설정한 것은 급격히 악화된 건전성 때문으로 보인다. 안국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81%로 전년 동기(9.86%)에 비해 14.95%포인트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가 지속된 부실채권의 비중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도 176억 원으로 전년(43억 원) 대비 적자폭을 확대했다.
거래 고객 수도 감소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거래하는 고객 수는 1만 1760명으로 1년 만에 5063명이 줄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지점에 방문한 손님은 두 명에 그쳤다. 안국저축은행 직원은 “대면 고객을 늘리기 위해 같은 1년 만기 정기예금도 비대면 상품보다 대면 상품 금리가 0.1%포인트 높다”면서 “지점에 일평균 30명 정도 방문하지만, 모바일뱅킹이 불편한 연세 많으신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안국저축은행이 이처럼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악화한 이유는 무리해서 판매한 부동산 대출에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4년 9월 말 기준 안국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2175억 8092만 원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건설, 임대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급 현황을 보면 △부동산업 663억 원 △부동산PF 220억 원 △건설업 164억 원 등이다. 특히 부동산업 대출은 신용공여 한도(653억 원)를 초과한 663억 원이 공급됐지만 이 중 204억 원이 연체되면서 연체율은 39.16%에 달한다. 건설업과 부동산PF의 연체율도 각각 18.1%, 13.64%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 예금에 대해서 한도를 설정하고 영업하는 행위에 대해서 처음 들어봤다”면서 “추가적인 사정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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