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내수 확대라는 과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중국 당국은 미국발 무역 전쟁이 거세지는 만큼 재정적 자율을 끌어올려 ‘바오우(保五·5%대 경제성장률 유지)’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6세대(6G) 이동통신 등의 첨단 기술 발전을 이끌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도 명확히 했다.
양회의 한 축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폐회식을 통해 7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앞서 5일 전인대 개회식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올해 10대 주요 업무 과제의 첫 번째로 내수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해 세 번째에서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업무보고에서 ‘소비’ 언급 횟수도 31회로 지난해(21회)보다 크게 늘었다.
중국은 올해 초장기 특별국채를 지난해보다 3000억 위안(약 60조 원) 늘어난 1조 3000억 위안 규모로 발행하고 이 중 3000억 위안을 소비재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쓰기로 했다.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는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설정해 소비 진작 정책을 뒷받침한다. 적자 규모는 5조 6600억 위안(약 1122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6000억 위안(약 320조 원)이나 늘어난다.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특별 행동 방안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며 대대적인 소비 진작책을 예고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재정 부양책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다소 밑도는 만큼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9일 발표된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해지는 만큼 소비촉진책 발표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업무보고에는 ‘체화 지능(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 탑재 로봇)’과 6G, 휴머노이드 로봇, AI 스마트폰, PC 등이 핵심 키워드로 처음 등장했다. 첨단 기술 투자에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의 ‘항공모함급’ 국부펀드를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한 국가 차원의 AI 종합 지원 강화책 ‘AI+ 행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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