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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표권 지키기' 승기 잡았지만…유럽 밖에선 속앓이

◆中 TCL 카피캣에 첫 승전보

상표 무단 사용에 저가노동 결합

韓출하량 밀리고 프리미엄 위태

유럽 이외 국가·중국 내수 등은

여전히 지재권 침해 '무풍지대'

삼성전자의 ‘더프레임(The Frame)(위)’과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더프레임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은 TCL의 ‘NXTFRAME’




중국의 ‘카피캣’ 관행에 속수무책이던 국내 가전 업계가 칼을 빼든 건 ‘대놓고 베끼기’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중국의 가전 기술력이 부쩍 향상된 점도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모방 제품들의 성능이 한참 떨어졌던 반면, 지금은 가격 매력을 갖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의 ‘더프레임’ TV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가미한 대표적인 시그니처 제품으로 꼽힌다. 디자인과 성능 구현부터 이름을 붙이는 과정 곳곳에 삼성전자 기술진의 공든 노력이 깃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제품 출시 후 얼마 되지 않아 TCL이 유사한 형태의 ‘NXTFRAME’을 들고 나오면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제품 ‘더세리프’의 모방작으로 이미 심기가 불편하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침해 입증이 어려운 디자인과 달리 상표권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소송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물량공세의 상징이었던 중국 TV가 국내 기업들이 집중해 온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점도 이번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CL과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TV 출하량 글로벌 점유율은 31.3%로 28.4%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의 합산 점유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0년 24.4%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처음 30%를 돌파했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텃밭이던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TCL의 점유율은 전년대비 8%포인트 증가한 20%를 기록하며 LG전자(19%)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다행스럽게도 뒤셀도르프 법원은 판결문에서 “삼성전자가 TCL의 유럽 출시 계획을 인지하고 신속히 침해 가능성을 인지하자마자 가처분을 신청한 만큼 긴급성이 인정된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또 “TCL 제품에 NXT가 결합되지만 소비자는 주요 부분인 ‘Frame’을 통해 제품을 인지하므로 상표의 혼동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상표권과 특허 기술 무단 도용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토로한다. 국내 기업이 어렵게 쌓아 올린 지적재산권과 자국의 저가 노동력, 정부 지원을 결합한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LG전자가 TCL을 대상으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TV 관련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TCL이 LG전자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미국 텍사스주 동부법원과 중국 법원에 BOE를 대상으로 핵심 기술인 ‘다이아몬드 픽셀’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 영향으로 BOE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조달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 시장 독일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마냥 웃을 수 만도 없다. 북미·유럽에서는 소송을 걸 수라도 있지만 중국 내수에 판매되는 제품에는 손을 쓰기도 힘든 탓이다. 중국의 TV 시장 규모는 연간 4000만 대 안팎으로 글로벌 출하량(2억 3000만 대)의 17% 수준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전자·전기산업에서 2348건의 상표권이 무단으로 선점돼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상표·특허 도용에 대해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며 “주요 고객사로 중국 업체를 둔 기업들은 혹시나 피해가 올까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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