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10곳 중 9곳이 비금융업 진출 제한에 발이 묶여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규제를 개선해 금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210개 금융회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1%는 해외 금융회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국내 칸막이 규제가 산업 경쟁에 불리하다고 답했다. 또 71.5%는 비금융 업종도 함께 영위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규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 정책 과제(복수 응답)로는 가장 많은 55.2%가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 확대를 꼽았다. 또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종 범위 확대(53.3%)와 비금융사 출자 한도 완화(41.9%), 혁신금융 서비스 개선(40%), 금융회사의 본질적 위탁 업무 허용(31.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다양한 비금융업 진출 사례를 제시하며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미국 JP모건체이스 자회사인 체이스은행은 여행 플랫폼 ‘체이스 트래블’을 출시해 신용카드업과 시너지를 만들어 2023년 기준 미국 5위 여행사를 배출했다. 모건스탠리그룹도 2019년 이후 헬스케어 기업 4곳을 직접 인수해 해당 분야 인수합병(M&A) 추진과 자문 등을 선도했다.
미국은 1999년 금융현대화법으로 은산 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일본 역시 2016년 은행법을 개정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제한을 완화했다. 반면 국내 금융지주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5%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으며 자회사 경영관리 등을 제외한 영리 목적 업무를 할 수 없다.
은행·보험회사는 비금융사에 대해 15% 출자 제한을 두는 등 금융과 비금융 간 칸막이가 높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금융권의 비금융업 영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돼 금융 산업 성장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금융회사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과 금융의 역할이 융합된 성장을 위해 금융 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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