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를 두고 고무줄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포괄적이고 다층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승인이 관대해 제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 6명 중 1명은 취업불승인이, 5명은 취업승인 결과가 나왔다. 빗썸(2명·전무), 롯데칠성음료(사외이사), 현대커머셜(경영지원 부본부장), 신한금융지주(팀장급) 등은 모두 취업 승인이 났다. 하지만 보험연수원(연수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금감원 2급 직원은 불승인이 났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하거나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봤다.
해당 직원은 당초 이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윤리위의 판단은 달랐다. 퇴직 전 5년간 소속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어야 하는데 해당 기간이 4년 6개월밖에 안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취업제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불만이 많다.
다만 업계에서는 취업규칙 제한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9월 금융연수원장에 선임된 이준수 전 금감원 부원장 사례를 언급하며 고위직에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1999년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은행감독국장, 은행 담당 부원장보,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연관 분야에만 30년 가까이 종사했다. 금융연수원은 각종 금융권 자격증, 기업 연수 등을 수행하는 민간 기관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은행 들이 사원기관이다.
특히 해당 금감원 2급 직원은 조직 내부에 문의했을 때는 이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을 받았고, 사표를 내고 자리를 옮기려 했지만 취업 불승인이 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해 한번씩 직급이 낮은 인사를 중심으로 불승인을 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규정을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금융당국에서 민간으로 이동한 직원은 총 55명(금융위 7명, 금감원 48명)이었다. 업체 별로는 빗썸이 금감원 출신 4명을 영입해 가장 많았고 두나무(3명), 김앤장(3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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