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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소재·재무 전문가 불러모은 롯데케미칼…체질 개선 속도낸다 [biz-플러스]

사외이사에 LG화학·삼양사 출신 선임

조의경 전 토스 CFO도 경영혁신 임원

경쟁사 출신·40대 여성 등 파격 영입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진 제공=롯데




롯데케미칼(011170)이 첨단소재와 재무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며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높은 기초화학 비중 탓에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판단한 롯데케미칼은 경쟁 화학사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을 마다하지 않으며 체질 개선의 방향성을 수시로 점검해나갈 예정이다.

조혜성 전 LG화학 전무. 사진 제공=LG화학


서휘원 전 삼양사 첨단소재 비즈니스유닛장. 사진 제공=삼양사


스페셜티 전문가 폭풍 영입…기술 자문 맡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혜성 전 LG화학(051910) 기술연구원 분석센터장(전무)과 서휘원 삼양사(145990) 첨단소재 비즈니스유닛(BU)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회계·법률 전문 사외이사 재선임 대신 화학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두 인물을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1964년생인 조 전 전무는 이화여대 화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LG화학에서 30여 년 동안 기술연구원에 재직한 소재·물질 분야 구조분석 전문가다. LG화학에서 질량구조분석을 통해 독자기술 확보에 크게 기여한 점이 인정받아 2017년 회사 최초로 여성 전무 임원으로 승진했다.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석유화학 산업 흐름에 대한 이해와 화학기술 전문성, 경영관리 역량 등을 기반으로 경영 현안에 적절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조 전 전무는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를 신속히 개편하고 있으며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 활용해 회사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 전 BU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제일모직 해외영업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서 전 BU장은 사빅코리아 스페셜티제품 마케팅전략 담당, 한국바스프 첨가제사업부문장을 거쳐 2020년 삼양사 첨단소재 BU장으로 선임됐다. 삼양사에서 그는 금속·세라믹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소재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을 전담했다.

롯데케미칼은 “화학기술과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을 두루 보유했다”며 “깊이 있는 경영 이해와 현장에서 쌓은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사회 안건에 대해 적절한 비판과 조언을 제공하는 한편 경영진 업무를 면밀히 감독하면서 사업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경영혁신부문도 신설…토스서 CFO ‘파격 영입’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하반기 화학군 전사 조직인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하며 몸집 줄이기도 본격화했다. 롯데그룹 화학군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경영혁신부문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첨단소재 부문뿐 아니라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자회사 및 해외 주요 계열사의 사업을 점검하고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기 위해 조직됐다. 현재 9명이 경영혁신부문에서 근무하고 있고 각 부문 및 계열사별로 혁신 조직을 꾸려 회사별 특성에 맞는 과제를 발굴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경영혁신부문을 이끌 임원으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서 CFO 역할을 담당한 조의경 상무를 낙점해 영입했다. 1982년생인 조 상무는 29살의 나이에 제너럴일렉트릭(GE) 감사팀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뒤 아시아·태평양 부문 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롯데케미칼은 화학 전문가를 사외이사에 선임하며 업무 혁신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하반기 화학군 전사 조직인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한 바 있다. 경영혁신부문장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담당한 조의경 상무를 영입했다. 1982년생인 조 상무는 제너럴일렉트릭(GE) 아시아·태평양 부문 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조 상무는 2022년부터 토스에서 CFO 역할을 수행했고 2년여 간 근무한 뒤 롯데케미칼로 둥지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1980년대생 여자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 자체가 유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1980년대생 임원 자체도 조 상무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도 롯데는 임직원들의 연차가 높은데 외부에서 젊은 여성 임원을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고 평가했다.

경영혁신부문 설립과 조 상무의 영입을 기점으로 롯데케미칼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은 미국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LCC) 지분 40%를 활용해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고 6600억 원을 조달했다. 같은 달에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인 LUSR을 청산했고 지난달에는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LCPL을 매각했다. 이달 6일에도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의 지분을 활용해 65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신유열(왼쪽 두번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롯데 화학군 3사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셜티’ 뚫어야 생존…체질 개선 박차



롯데케미칼이 경쟁사 출신 사외이사뿐 아니라 재무 전문가를 연달아 영입한 것은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를 강화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기준 기초화학 비중은 66%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중국이 불러일으킨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은 저가 범용 제품 위주로 찾아왔는데, 기초화학 비중이 높다는 점이 롯데케미칼의 발목을 잡았고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로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기초화학 비중을 30%까지 낮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의료용, 배터리 소재용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동박, 수소 등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기술개발 및 생산 거점 구축을 지속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범용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차별화 사업을 확대해 향후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소재 사업 발굴 등 혁신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롯데 화학군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인적자원과 전문성을 토대로 고부가 소재사업으로의 본원적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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