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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심기 건드릴라…삼성-바이두, ‘첨단 AI 칩’ 난항

美의 對中규제 기조에 발맞춰

2나노 공정 AI칩 수주는 불발

차선책 포함 협업 대안 모색 중

HBM 판로확대 기회도 줄어

TSMC와 격차 회복 쉽잖을 듯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와 중국 바이두 간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생산을 포함한 협업이 최근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의 대중(對中)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가 중국 사업 전반에 드라이브를 걸기 애매해진 탓이다. 미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동시에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AI 가속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양산이 가능한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첨단 공정에서 바이두의 칩을 만들고,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협업 가능성을 모색했다.



파운드리와 HBM 양쪽에서 모두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바이두 AI 칩 수주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삼성은 최첨단 공정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가 간절했다. 파운드리 경쟁력은 다양한 고객사의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엔비디아·AMD 등 대형 빅테크 고객사를 모두 대만 TSMC에 뺏긴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바이두 같은 대형 고객사가 반드시 필요했다.

바이두에게도 삼성전자와의 동맹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바이두는 미국의 제재로 AI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할 수 없는데다 TSMC와의 협업도 사실상 막혔다. 삼성전자는 TSMC와 함께 세계에서 유이하게 첨단 공정 기술을 보유해 바이두가 필요한 첨단 AI 칩 제조를 뒷받침할 수 있다.



무르익던 양측의 논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급격히 위기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 견제 의지를 확고히 드러내면서 삼성으로서는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은 첨단 2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컸지만 트럼프 취임 직후인 1월 말 이후 사실상 접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양 사는 최첨단 공정 협력은 멈췄지만 방향을 돌려 다른 협업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에는 트럼프 2기의 반도체 산업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자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도체과학법도 폐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약 6조8900억 원의 보조금 지원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바이두와의 협업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삼성전자의 HBM 시장 확대 기회도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두와의 2나노 AI 가속기 사업은 새로운 HBM 판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 공급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에게 중국 기업들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바이두를 비롯해 텐센트나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원하는 만큼 HBM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TSMC가 미국 정부의 감시망에 들며 삼성에 중국 기업과의 협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도 있었지만 오히려 미중 갈등이 삼성 비즈니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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