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 달째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와 미국발(發) 관세전쟁에 따른 결과다.
10일 KDI는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올해 들어 석 달째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경기 하방 위험에 대한 표현 수위도 경기 하방 위험 증대(1월), 고조(2월), 확대(3월)로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우울한 경기 전망의 배경에는 건설투자 및 건설업 고용 부진과 선행지표 둔화가 자리 잡고 있다. 1월 건설기성액은 8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3%나 줄면서 1998년 10월(-27.6%) 이후 26년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축 착공 면적이 32.6% 급감하고 건설 수주 역시 25.1% 감소하는 등 건설업 선행지표까지 나빠져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KDI는 건설업 부진이 전후방 산업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우리 산업의 생산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조차 흔들리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가격이 반 토막 나면서 1~2월 평균 수출은 4.8% 줄었다. 특히 2월 일평균 수출은 5.9%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인상까지 현실화할 경우 향후 수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미 수출이 각 품목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자동차 및 부품 46%, 일반 기계 29.4%, 철강 제품 13.1%, 석유류 9.5%, 정보통신기술(ICT) 9.4%에 달한다.
계엄 등 국내 정국 불안의 영향에서는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는 아직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12월 2.5%가 빠졌던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월 설 명절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1.2)보다 높은 95.2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2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65.0으로 전월(63.0)보다 나아졌지만 계엄 이전(지난해 11월 68)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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