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충격이 겨우 가시는가했더니 관세 전쟁의 포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까지 옥죄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KDI 경제 동향(3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석 달째다. 표현 수위도 1월(증대), 2월(고조), 3월(확대) 갈수록 완강해지고 있다.
이는 건설 투자 및 건설업 고용의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선행지표의 개선세까지 약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27.3%나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축착공면적이 32.6%나 급감하고 건설수주 역시 25.1% 감소하는 등 건설업 선행지표까지 나빠진 것이다.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가격(NAND 128GB –53.1%)이 반토막 나면서 1~2월 평균 수출은 4.8% 줄었다. 2월을 일평균 수출은 5.9%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향후 수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미 수출이 각 품목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자동차및부품 46%, 일반기계 29.4%, 철강제품 13.1%, 석유류 9.5%, ICT 9.4%에 달한다.
계엄 등 국내 정국 불안의 영향에서는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는 아직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12월 2.5%가 빠졌던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월 설 명절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1.2)보다 높은 95.2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2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65.0로 전월(63.0)보다 나아졌지만, 계엄 이전(작년 11월 68)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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