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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바우처 지원 5년새 2배 증가…취약계층 1.5만 가구 직접 발굴

중위소득 인상·고령화탓 에너지 취약계층 증가

“이상 기후 맞춰 에너지 바우처 단가 현실화”

1.5만 가구 직접 찾아 바우처 사용법 안내도

인천시 한 쪽방촌에 사는 주민이 2월 추위를 피하기 위해 패딩을 입고 누워 있다. 연합뉴스




울산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 관계자 A 씨는 지난해 92세 독거노인 박 모 씨의 집을 수차례 방문했다. 박 씨는 보일러 기름을 아껴야 한다며 전기장판만 틀어둔 채 추위를 견디고 있었는데 에너지 바우처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에너지 바우처 사용처가 전기로만 신청돼 있어 주 난방 수단인 등유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서너 차례 박 씨의 집을 찾은 끝에 에너지 바우처로 27만 원어치의 보일러용 등유를 구입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에 제공되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구 수가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 중위소득의 빠른 인상과 고령화로 취약 계층 범위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지원 단가를 현실화하면서 제도 활용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5만 8000가구가 에너지 바우처를 사용했다. 2020년 지원 실적 66만 1000가구에 비해 1.9배 늘어난 수치다. 지원 대상이 증가하면서 관련 예산도 2020년 781억 원에서 지난해 5706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중 노인·영유아·장애인·중증질환자·한부모가정 등에 해당하는 취약 계층에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책 수요자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등유·연탄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실물·가상 카드를 제공한다.

지원 가구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우선 이번 정부에서 기준 중위소득을 빠르게 높여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2020년 1인 가구 기준 175만 7194원이었던 기준 중위소득을 2024년 222만 8445원까지 높였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의 생계 비용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복지 제도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된다. 중위소득이 4년 만에 27% 가까이 늘어나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20년 213만 4000명에서 2025년에는 267만 5859명까지 증가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도 복지 제도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여름과 겨울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것도 에너지 바우처 사용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0.2도로 전년 대비 1.1도 낮았다. 이에 수도권 824만 가구의 도시가스 사용량은 9억 8927만 ㎥로 전년 동월 대비 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26% 더 많이 사용했다.

정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고려해 에너지 바우처 평균 지원 단가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에너지 바우처 평균 지원 단가는 2020년 11만 6000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최대 38만 2000원까지 늘었다. 정부는 제도를 미처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사회와 직접 접촉하는 집배원이나 지역 사회복지 단체와 연계해 직전 3년간 에너지 바우처를 활용하지 않은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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