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속세 감세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다음 주에 공개한다.현행 상속세는 물려주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1950년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이 배우자 상속에 대해서 상속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상속세 체계는 75년 만에 대격변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야의 상속세 개편 시나라오에 따른 감세 규모와 향후 쟁점들을 짚어봤다.
OECD 회원국 중 4개국만 채택…글로벌 스탠다드 어긋난 유산세
현행 상속세는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0년 처음 도입됐다. 상속세법이 처음 제정될 당시90%에 달했던 최고세율은 50%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보다 2배 가량 높다.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전체 상속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뒤 상속인들이 나눠서 내는 유산세 방식을 75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 뿐이다.
정부는 다음 주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물려받은 재산마다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유산세방식보다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낡은 상속세 과세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고친다는 의미가 크다.
박재혁 위드세무회계 대표는 “상속세율은 과거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시절에 평생 납부하지 못한 세금을 정산하는 개념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정보통신(IT)기술 발전으로 개인의 소득과 자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상속세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액 시뮬레이션 해보니…유산취득세 전환시 여당 안이 더 유리
유산취득세 전환을 전제로 여야의 개편안을 비교해보면 상속세 절감 규모는 여당 안이 더 크다. 서울경제신문이 위드세무회계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100억 원의 부동산을 배우자(50억 원)와 두 자녀(각각 25억 원)가 물려받을 때 현행 제도에서는 총 27억 387만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상속 비율에 따라 세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배우자는 13억 5200만 원, 두 자녀는 각각 6억 76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각 상속인의 과표가 작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는 여당 안에 자녀 1인당 5억 원 공제(정부안)까지 적용하면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2억 3966만 원으로 61.5% 급감했다. 두 자녀의 상속세율이 50%에서 40%로 낮아져 자녀 1명당 부담하는 세금도 6억 1938만 원으로 줄었다. 같은 조건에서 배우자 상속에 대해서만 18억 원까지 공제하는 야당 안을 적용할 경우 상속세는 18억 6045만 원으로 추산됐다. 배우자와 두 자녀 모두 6억 2015만 원씩 낸다.
野는 유산취득세 도입 신중…실제 적용까진 최소 2년 소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자녀 공제 확대(5억원) 여부는 국회에서 최종 결론난다. 다만 상속세 폐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의 의사를 내비치면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산취득세 전환이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과표 구간이 낮아져 세금이 줄면 고액 자산가들의 감세 효과가 중산층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유산취득세는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과제”라고 말했다. 유산취득세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50년 도입된 과세 체계를 75년 만에 바꾸는 일이어서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도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상속세 비중 2.8%…세수 감소 우려는 제한적
상속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세가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걷어 들인 총국세(336조 5000억 원) 중 상속세(9조 6000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매년 2조 원의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는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연간 상속세수는 6조~7조 원 수준이다. 유산취득세 도입과 별개로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자녀 공제 확대 등을 골자로 상속세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여야 간 이견이 커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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