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협력사로부터 납품 중단을 겪었던 홈플러스가 납품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납품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정상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협력업체들도 기업회생절차로 홈플러스의 자금 조달이 막힌 만큼 언제든지 미정산이 발생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라면·햇반, 홈플러스에서 납품 지속
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뚜기, CJ제일제당, 농심 등 주요 거래처와 물품 공급에 합의했다. 앞서 오뚜기는 6일 홈플러스에 자사 제품의 납품을 일시 중단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추후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금융 조치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 정상적으로 물품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중단 없이 정상 납품을 해오고 있다. 당분간 양사 제품은 홈플러스에 납품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홈플러스에 납품하기로 한 데 홈플러스가 일반상거래 채권에 대한 대금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기 때문이다. 먼저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일(4일)로부터 20일 이내 발생한 공익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다. 그 이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에 대해서도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회생법원장)가 7일 홈플러스에 먼저 변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채권 규모는 2024년 12월분, 2025년 1·2월분의 협력업체 물품·용역대금으로 총 3457억 원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 원, 이달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순 현금이 약 3000억 원인 만큼 정상적으로 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홈플러스는 여전히 납품 중단을 이어가고 있는 다른 협력사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서식품 등 식품회사들은 6일 홈플러스에 대한 제품 공급을 하지 않기로 한 뒤 납품 중단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홈플러스가 언제든지 자금 경색에 빠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로 홈플러스의 자금조달이 막혀 자금집행 계획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부 식품회사들이 여전히 홈플러스에 납품 중단을 해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홈플러스에 계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조차 회사에 구체적인 정산 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플러스의 납품업체는 1800여 개, 임차인(테넌트)은 8000곳에 이른다.
특히 업계에서는 12일까지 진행하는 홈플러스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홈플런 is back’ 이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인행사는 어떻게든 치르겠지만 행사 이후가 관건”이라며 “행사 기간이 지나면 식품회사들이 납품 단가를 올리거나 공급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텐데 홈플러스가 감당하지 못하면 매장에 빈 매대들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상당수가 10일 홈플러스로부터 정산 받는다는 점도 관건이다. 해당일에 홈플러스로부터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산기일이 4일인 일부 하도급 업체들은 이미 홈플러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이들 업체에도 10일까지 도급비를 정산해주겠다고 공언했다. 홈플러스 측은 “10일에는 정산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창립 단독 슈퍼세일 행사에서 고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는 만큼 많은 고객이 안심하고 쇼핑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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