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피델리티가 지난해 말부터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주식을 대거 처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경쟁사 대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마저 발생하자 지분 매입 2년 만에 겨우 본전만 챙겨 떠나는 셈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KAI 주식 299만 8295주를 매도했다. 주당 5만 2000~5만 4000원대에서 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1500억 원이 넘는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추산된다.
피델리티는 2023년 4월부터 투자 목적으로 KAI 주식 매입을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방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KAI가 폴란드에 FA-50GF 등을 납품하기로 하면서 집중 투자에 나섰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9월까지 주식 973만 7763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9.99%까지 늘리면서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KAI 주가는 피델리티 지분 매입 이후 줄곧 5만 원대 박스권에 갇혔다. 결국 피델리티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12월 12일부터 지분을 팔더니 불과 두 달 만에 지분율을 6.91%로 3.08%포인트나 낮췄다. 이제는 국민연금(8.01%)보다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3대 주주로 하락했다. 2023~2024년 피델리티의 가중평균 매수 금액이 5만~5만 4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손실만 간신히 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폴란드 방산 협력 소식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KAI 주가가 8만 원에 육박한 만큼 추가적인 매도세가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KAI는 완제기를 포함해 8조 500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며 “폴란드 등 수출 사업 매출 확대 등으로 수익성도 지속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