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방 공항을 더 지어달라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지역별 ‘공항 청구서’ 목록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활주로뿐 아니라 계류장과 여객청사 등 부대시설은 물론 연계 철도와 도로 건설까지 하나의 ‘민간 활주로 건설 사업’으로 묶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업비가 최소 1조 원에 달해 사실상 ‘청주 제2공항’ 건설 사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에 질세라 이달 초 경남도에서는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면서 단계적인 계류장 확장, 여객·화물 터미널 신축, 활주로 연장 등을 제시했다. 사천공항의 현재 연간 이용률은 1%에 불과한데 수용 능력을 더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묻지 마’ 확장 정책은 대규모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73.3%인 11개 공항이 적자 상태였다. 이 중 대구국제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2014년부터 10년 동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양양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은 각각 2002년·2007년 개항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방 공항들이 ‘밑 빠진 독’이 돼 난립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국비를 들여 공항을 지어주고 운영 역시 한국공항공사가 도맡아주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교통 인프라 사업 중에서 공항 건설·운영 프로젝트만 지자체가 일절 비용 부담을 지지 않아 사실상의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선출직인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로서는 유치에 성공한다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치적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도로·철도에는 지방도로·광역철도라는 개념이 있어 국가와 지방이 일정 비율을 분담하지만 유독 공항은 중앙이 오롯이 떠안고 있다”면서 “지자체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나눠 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가에서 장기간 적자의 돌파구로 내세운 것도 결국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증축·확장 요구다. 기존 공항들조차 이용객 부족으로 정부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렵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신공항 건설 요구도 끊이질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건설 사업은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총 8곳으로 총사업비는 25조 원을 상회한다. 지자체가 검토 중인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포함하면 최소 10곳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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