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스와프 확대에…4100억弗선 무너진 외환보유액

4092억弗…4년 9개월 만에 최저

美관세 우려에 4000억弗도 위태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권욱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져 4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92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말보다 18억 달러 감소하면서 4100억 달러 선이 무너졌다.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20년 5월(4073억 달러) 이후 처음이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이유로는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확대가 꼽힌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말 외환스와프 계약 기간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고 한도도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150억 달러 증액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면 결국 달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외환 당국에서 달러를 구하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의 환 헤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한은과 스와프 계약이 많이 늘었고 거래 금액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글로벌 달러화 가치는 전달 대비 약 0.5% 하락했다.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매도한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관세 우려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흐름이 다시 나타나면 환율 방어를 위해 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매도해 외환보유액이 더 줄 수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 교수는 “환율 변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외화 유동성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