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조합원들의 무관심 속에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단위 금고의 부동산 대출 부실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 기반 협동조합인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 선거 결과 선거인 175만 2702명 중 45만 1036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체 투표율(직선 25.1%, 대의원 95.1%)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지역의 투표율이 16.2%로 가장 낮았다. 서울과 주요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19.6%)과 서울(26.8%), 울산(29.5%), 부산(30.7%) 등의 순으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단위 금고 중 가장 투표율이 낮은 곳은 전북 전주 소재의 열린새마을금고로 3.1%에 그쳤다. 선거 인수는 1만 1631명인데 투표에 나선 이들은 361명에 불과했다. 경기 세화(10.4%)와 수원(11.7%), 부산 주례(12.5%), 북울산(18.7%), 서울 시흥(19.0%) 등은 20%도 못 미쳤다.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기관으로 지역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금 공급 기능뿐만 아니라 주민 간 연대감을 높이고 공동체 정신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처음 실시한 전국 동시선거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상호금융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로도 이사장의 당선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직선제를 도입한 의미가 있게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려면 투표율이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의 투표율은 농협·수협·산림조합장의 조합장 선거 투표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동시 선거는 총 세 차례 진행됐는데 투표율 추이는 △1회 80.2% △2회 80.7% △3회 79.6% 등으로 평균 80%에 달한다. 신협은 2029년 11월 동시선거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협이나 수협의 조합장은 농촌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조합원이 실감할 만한 영향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선이나 총선도 아니고 개인이 평일에 시간을 내서 투표소까지 찾아가 선거에 참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비대면 투표 등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2021년 새마을금고법, 2024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올해 처음으로 전국 동시 이사장 선거를 진행했다. 소규모 금고 등 일부 금고를 제외하고는 회원 투표로 이사장을 직접 선출하고 후보자 선거공보에 범죄경력 게재 의무가 신설됐다.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인 휴대폰 가상번호도 제공됐다. 이번 선거에서 조합원이 투표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한 금고는 208곳이다. 743개 금고는 단일 후보가 출마하면서 투표 없이 당선인이 결정됐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이 융복합되면서 상호금융의 존재 이유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며 “상호금융권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예대마진에 의존한 이자 장사에 몰두하면서 기존 금융사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는 상호금융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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