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를 통해 회사의 문화와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곽수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 규모 파생상품 거래 손실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강도 높은 질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지난해 금융권 이슈였던 부당 대출 사고에 대한 공식 보고나 언급이 없었다. 금융지주사별로 자회사 사건 사고에 대한 대응에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2024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18일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발생’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인 송성주 사외이사는 “지주회사와 신한투자증권이 긴밀히 협업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클리어리 고틀립 스틴 앤 해밀턴 뉴욕·홍콩사무소 파트너 변호사인 이용국 사외이사는 신한은행에도 이번 사고와 유사한 업무 혹은 동일 수준의 리스크를 보유한 업무가 없는지 묻고 다른 자회사들도 조속히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재원 사외이사 역시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꼼꼼한 조사와 더불어 근본 원인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B금융(105560)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모든 보고·의결 안건에 ‘특이의견 없음’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는 “홍콩H지수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사태는 공시만 안 됐을 뿐 이사 간담회를 통해 수차례 설명과 보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이사회는 지난해 1월 31일 홍콩H지수 ELS 사태를 공식 안건으로 다뤘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현안을 보고 받은 것이다. 같은 이사회에서는 불안전 판매와 각종 횡령사고에 대한 리스크 예방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사고 발생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업황 악화로 유상증자를 받은 하나캐피탈의 이행 현황을 보고받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현장 심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체감하고 체화하는 계기로 삼아서 직원들이 일심동체로 심기일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로 지난해 몸살을 앓았던 우리금융지주도 지주 이사회 차원의 공식 보고나 논의는 전무했다. 금융 당국은 우리은행이 적어도 2023년 9~10월에는 부당 대출 사건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사고로 금융권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생명보험사 인수 같은 그룹 전략에 영향을 받는데도 이사회 정식 보고나 논의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간략하게 이사회에 보고 했을 수 있지만 외부에 공개되는 보고서에 정식 안건이 올라갔고 이를 논의했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명확하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금융그룹과 아닌 곳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에 대해 “공시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내부 간담회 등을 통해 상세히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 모두 이사진들의 ‘찬성 행렬’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임시 이사회를 포함해 지난해 KB금융은 12회, 신한 14회, 우리 17회, 하나 11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나금융에서 수정 가결이 1건 나온 것을 제외하고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처리됐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지주 이사회에 주요 안건은 보고하고 이를 외부에도 알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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