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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계은행, 韓 대미 실효관세율 3.9%로 낮췄다…韓 정부 항의 수용

정부, '국제기구 관세 지표' 전면 재검토

기재부·산업부, 세계은행에 항의

세계은행, 이례적으로 통계치 수정

세계은행 본사. 연합뉴스.




최근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은행(WB)이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을 기존 13.6%에서 3.9%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은행과 외신, 미국 정부까지 잘못된 세계은행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이 높다고 판단한 것인데 국제기구의 잘못된 통계치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혼란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3일 세계은행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을 13.6%에서 3.91%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 제기를 받고 뒤늦게 관계부처에 지시해 세계은행에 통계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계 IB 대표들이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높다고 말한 근거는 세계은행 무역·관세 데이터 분석도구(WITS)가 제시한 대미 실효 관세율(AHS 관세율)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정된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AHS). 사진 제공=세계은행 WITS


실제 지난달까지만 해도 세계은행 WITS에서 2022년 실효 관세율(AHS Tariff)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관세율은 13.6%로 표기되어 있었다. 세계은행 홈페이지에 나오는 대미 실효 관세율은 국가별 최혜국대우(MFN) 관세율, 자유무역협정(FTA) 관세율, 일반 특혜 관세율(GSP 관세율) 중에 가장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실효 관세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상호 무역 및 관세 각서 관련해 일부 외신이 한국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3.6%라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은행의 잘못된 통계치를 참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후 기재부는 지난달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미 실효 관세율이 0.79%라고 해명했다.

이번 세계은행의 통계 착오는 세계은행이 실효 관세율을 산정할 때 한국의 대미 FTA 우대세율을 실효 관세율에 추산하지 않은 ‘초보적인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 각국 정부가 WTO에 관세율 등 데이터를 제공하면 세계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실효 관세율, 최혜국 대우 관세율, 무역가중 평균 관세율을 모두 반영한다. 하지만 실효 관세율을 계산할 때 세계은행이 한미 FTA 우대세율을 적용하지 않아 대미 실효세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은행의 수정치(3.9%)도 한국 정부가 추산하는 실효 관세율(0.79%)과 여전히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세계은행 WITS에 따르면 대미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4.43%로 정부가 추산한 13.4%보다 높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한국 정부의 수정 요구에 응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통계치가 틀린 이유와 계산 산정 방식, 재발 방지와 사과 등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실효 관세율 계산 때 한미 FTA 관세 세율을 넣지 않고 MFN 관세율로 들어가 있었다”면서 “입력을 누락한 부분에 대해서 세계은행에서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잘못된 통계치는 미국 언론과 글로벌 투자 은행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에서도 불공정한 관세 사례로 사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가 미국에 비해 4배 더 높다고 발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하게 주장의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6일 기준 세계은행의 실효 관세율만 보더라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01%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3.91%로 390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주요 기관의 데이터 관리와 오류 점검을 상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왜곡된 통계가 ‘한국은 관세율이 높다’는 오해를 낳아 외교·통상 갈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통계는 각국 정부와 투자은행, 세계 언론 등에서 신뢰를 하고 사용을 하는데 이번처럼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한국의 경제·외교적 대응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이번 사태로 세계은행뿐 아니라 WTO·OECD 등 다른 국제기구에서 발표되는 관세 관련 지표들도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수정을 적극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파견 인력과 본부 간 핫라인을 더욱 강화해 오류를 빠르게 인지·대응하도록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세계은행이 FTA 우대세율을 반영하지 않은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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