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 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등도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6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위기의 한국 주력 산업 돌파구는 없는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를 한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망 불안정 및 수급 불균형’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부담’ ‘인력·기술인프라 한계’ 등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 수요 부진과 미국의 관세 인상 등이 자동차 산업의 위기 요인으로 꼽혔고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업황 회복 불확실성이 겹쳐 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철강 산업에 대해 “글로벌 공급 과잉과 환경 규제 강화가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생산 감소 우려가 커지는 만큼 ‘(가칭) 국내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특단의 정책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세제, 노동시장, 산업 입지 등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제도의 경쟁력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해외 경쟁국에 비해 열위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경협이 시장조사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올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31.0%로 ‘호전(11.0%)’이라고 답한 기업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았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건설·토목’이 50.0%로 가장 높았다. ‘금속·철강’ 45.5%, ‘석유화학·제품’ 33.3%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환율(24.3%)과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등을 꼽았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 당국에 바라는 과제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34.3%)’이 가장 많았다. 또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도 25.7%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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