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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조' 발목 잡힌 국민연금…홈플러스 '자본 전환' 동의 자충수 되나

국민연금, 홈플러스에 9055억 물려

'장기차입금 갚은 뒤 RCPS 상환' 조건

지난달 돌연 부채→자본 전환에 동의

국민연금, 2000~3000억 돌려받은듯

부채비율 개선 주장…"눈 가리고 아웅"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국내 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출자 당시 약속했던 ‘차입 약정’에 발목이 잡혀 최근까지 1조 원에 가까운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금을 상환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돌연 홈플러스가 RCPS를 채권에서 자본으로 바꾸는데 동의했는데, 일부 투자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와 ‘손절’ 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인 2015년 RCPS로 투자받은 금액은 7000억 원으로, 국민연금은 이중 85% 수준인 6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000억 원은 캐나다 연금 등 다른 기관 2곳이 참여했다.

홈플러스의 2020년~2024년 5년 간 감사보고서를 보면, RCPS 부채는 △2018년 3월 8002억 원 △2019년 2월 말 기준(이하 동기) 8610억 원 △2020년 7738억 원 △2021년 8405억 원 △2022년 9150억 △2023년 9858억 원 △2024년 말 1조655억 원으로, 2020년을 제외하고 7~8% 수준으로 계속 순증했다. 홈플러스는 RCPS의 5년 만기일이 다가오자 2020년부터 RCPS 부채를 감사보고서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감사보고서 상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원금 등을 상환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서는 '차입약정에 근거해 장기차입금인 Tranche(트랜치·분할 대출) A-1과 A-2, B를 먼저 상환하고 나서야 RCPS 상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랜치 대출을 갚기 전까지는 국민연금 등이 출자한 RCPS 만기는 자동으로 재연장되는데, 이 같은 상황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후 10년이 지난 2024년까지 이어진 것이다. 트랜치 대출은 각각 우리은행 등이 투자한 선순위 고정금리(1조7486억 원)와 선순위 변동금리(2495억 원), NH투자증권 등이 투자한 중순위 고정금리(1500억 원)으로 파악됐다.



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는 이 차입금에 대해서도 약정에서 정한 이자보상배율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2023년 대출 해지 위험에 빠졌다가, 지난해 5월 메리츠로부터 1조2000억 원을 대출 받아 간신히 ‘돌려막기’했다. 홈플러스가 갚아야 하는 RCPS 규모는 지난해 2월 말 기준으로 1조654억 원을 넘어섰다. 국민연금 출자금이 85% 수준이라고 보면 국민연금은 10년 간 9055억 원을 물린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지난 달 돌연 홈플러스가 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해줬다는데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생 상황에서는 부채보다 자본이 후순위로 밀려 돈을 받기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수하고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자본 전환에 동의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마지막 감사보고서가 나온 이후부터 지난달 RCPS 자본전환에 동의해준 1년 사이 원금의 20%(1200억 원 추산)와 이자 50%(1500억 원) 내외로 총 2700억 원 정도를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RCPS가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부채비율이 1400%이상에서 463%로 낮아졌다며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자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고, 실질적으로 변제순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를 이끌기 위해 자본 전환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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