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SK온이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박람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서 업계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46파이 배터리, 차세대 열차단 기술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을 쏟아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에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신기술과 사업 전략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배터리 전방 산업 종사자를 필두로 유망한 기업과 기술을 찾는 투자자, 기술 발전을 공부하려는 학생들까지 배터리 초격차 기술의 향연을 꼼꼼히 챙겼다.
LG엔솔·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나란히 46파이 배터리를 전시하며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 테슬라의 전기차용 배터리로 알려진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규격인 2170(지름 21㎜, 높이 70㎜)보다 덩치를 키운 배터리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이상 향상할 수 있어 업계에서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 상황을 46파이 배터리로 돌파할 계획이다. 업체들은 46파이 배터리의 개발 현황을 경쟁적으로 공개하며 출시 시점이 임박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엔솔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회사 측은 이번 전시회에 최초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하며 양산이 초읽기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자 설계로 46파이 배터리의 성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냉각 효율을 높이는 배터리 팩 솔루션 CAS도 함께 전시했다.
삼성SDI는 46파이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에 “2월부터 4695의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4695는 전기오토바이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용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다. 4680·46100·46120 등 나머지 규격 중 일부도 1분기 내에 양산을 시작한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도 “이름을 특정할 수 없지만 46파이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SK온도 최근 46파이 배터리에 대한 개발을 끝내고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열폭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기술도 잇따라 공개됐다. 삼성SDI는 배터리 제품의 특정 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열전파 차단(No TP) 기술을 내놓았다. SK온은 SK엔무브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였다. 액침냉각 기술은 배터리셀 하부 만을 냉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배터리셀 전체를 특수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기술이다. 냉각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서 급속 충전을 가능하게 하고 화재 안전성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겨냥한 ‘가성비 배터리’도 주목 받았다. SK온은 이날 니켈 함량을 50~70% 수준으로 맞춘 미드니켈 배터리를 선보였다. 고에너지밀도의 하이니켈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과 열안정성을 갖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균형을 잡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리튬 대신 소듐을 사용한 소듐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17개사가 늘어난 79개사가 참가해 불붙은 한중 배터리 경쟁을 더욱 뜨겁게 했다. 관심은 글로벌 2위 배터리 업체인 비야디(BYD)로 쏠렸다. 인터배터리에 처음 참가한 BYD는 이륜·삼륜차에 탑재되는 46120 LFP 배터리 등 제한적인 기술만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뽐내기보다 탐색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9위의 중국 배터리 기업인 EVE도 참가해 액침냉각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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