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약달러 기조에도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외인의 증시 이탈이 환율 하단을 지지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만큼 당분간 환율이 큰 폭으로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원 내린 1461.80원에 오후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가치 관련 발언에 오전 중 1455.5원에 저점을 형성했지만, 오후들어 1460원대를 회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통화 가치를 절하하면 우리(미국)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언급하자 엔화와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절상된 바 있다. 원화는 아시아 통화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2월 제조업 지수 둔화에 글로벌 달러 가치 하락으로 기울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봤지만, 장중 큰 폭의 변화 없이 1460원대를 유지했다. 대신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25%의 관세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부터 발동됐지만, 전후 환율은 크게 뛰지 않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관세 우려는 예상된 일이어서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면서 “대신 미 관세 이슈는 미국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게는 여전히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인의 증시 자금 이탈이 환율 하단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23억 원, 147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8.61원이었다. 전 거래일 대비 3.17원 올랐다. 이는 2023년 5월 16일(984.37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외환시장에는 원·엔 직거래 시장이 없어 원·달러, 엔·달러를 역산해 환율이 정해진다. 엔화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가치 발언에 더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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