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말 국내 소비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뒤집어 논란이 일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지표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통계청이 심리 악화를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4일 발표한 ‘1월 산업동향’에서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 달 전인 ‘2024년 12월 산업동향’ 발표 당시 통계청은 똑같은 소매판매를 두고 이 기간 0.6%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12월은 크리스마스 같은 계절적 특수에 연말 효과까지 겹쳐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제주항공 참사 등이 엎친 데 덮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해 12월 소비지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통계청의 속보치와 이어진 부정적 경기 진단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곧 심리인데 연말에 소매판매가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어떤 소비자가 지갑을 열겠느냐”고 지적했다.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소매판매를 구성 요소 중 준내구재도 마찬가지였다. 통계청은 지난달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 판매가 0.6% 줄었다고 했으나 슬그머니 0.8% 늘어난 것으로 수정했다. 통계청은 이와 관련해 “매년 초 실시하는 연간 보정 및 계절 조정 등의 절차 때문”이라며 “잠정치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발표 때 회수하지 못한 소매판매 업체의 응답을 추후 반영하면서 변동 폭이 유독 커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소매판매가 변함없이 3년 연속 하락하는 등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수치상 조정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도 아예 방향이 뒤집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상 주요 통계는 사전에 보고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정도 오류는 본 기억이 없다”며 “만약 대선 레이스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정부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계청의 업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참에 다소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통계청의 샘플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종종 발생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지난해 8월 고용통계 현황 벤치마크 수정치를 종전 대비 81만8000명 하향한 게 단적인 사례다. 당시 미국 공화당은 집권당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통령 선거에 유리하도록 고용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