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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극일' 외친 지 5년…실적은 오히려 뒷걸음

무역수지 300억弗 줄어 1124억弗

80%가 리스크 대응력 '기초 이하'

정부, 2차 소부장 계획 마련 착수

2일 오후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극일(克日)’을 외치며 시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 80%는 트럼프 리스크와 같은 외부 공급망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향후 5년여간의 소부장 산업 정책 밑그림과 목표가 새롭게 담길 예정이며 이는 대통령 소속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현재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부장 기본계획을 내놓는 것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특히 소부장 수출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2020년 1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25년 소부장 수출이 4834억 달러(약 70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연간 소부장 수출액은 3616억 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부장 무역수지는 2018년 1427억 달러(약 208조 원)에서 지난해 1124억 달러로 감소했다. 과거 정부가 예상했던 2025년 무역수지 목표(1920억 달러)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친 모습이다. 정부가 연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 연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는 만큼 올해 소부장 수출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내 소부장 기업 다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산업부에 제출한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공급망 관리 현황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26.3%는 외부 공급망 리스크 발생에 따른 기초적인 대응 체계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지난해 10~11월 국내 소부장 기업 공급망 관리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뒤 검증한 결과로 대응이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답한 비중도 54.6%에 달했다. 소부장 기업 80%는 미국의 무역 규제 강화, 중국의 주요 품목 수출통제 등 외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만한 능력이 기초 이하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고도의 대응 능력을 갖췄다고 답한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인하대 연구진은 “특히 글로벌 무역 규제, 지정학적 위험관리 및 재난 위험관리 역량의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 체계 구축, 무역 분쟁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 등 교육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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