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잠시 유보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압박에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전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28일 공시했다. 해당 공시가 나오기 전만 해도 에코프로비엠은 2%대 하락세를 보였지만 공시 후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1.19% 하락한 11만 9000원에 마감했다.
실적 부진이 코스피 이전 상장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300억 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순이익 30억 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가총액 요건도 있다. 6000억 원 이상일 경우 앞선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이전 신청이 가능하다. 에코프로비엠 시총은 11조 원대로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지만, 현재로선 실적 우려가 큰 만큼 이전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에 지난해 영업손실 402억 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를 추진하면서 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엔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에코프로비엠의 장기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설비투자(CAPEX) 부담 가중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확대되며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에코프로비엠은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이전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기업가치 재평가 의지를 내비쳤다.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돼 주가 안정성이 높아지고, 시장 내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는 이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이 열린 11일만 해도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행을 자신했다. 에코프로는 “회사의 사업 전망을 감안하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므로 1분기 말 전후해 승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실적 회복 후 코스피 행을 다시 추진한단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향후 경영실적 개선 확인 후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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