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1심에 이어 또 법정 기한을 넘겼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26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중 하나인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마무리짓는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고(故) 김문기 씨를 모른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상실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거법 사건에는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하는 ‘6·3·3 원칙’이 적용된다. 2심 선고 시한은 이달 15일까지였지만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가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된 것은 이 대표가 변호인 선임을 늦추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등 꼼수로 재판 지연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1심 재판의 경우 재판장이 1년 4개월간 심리를 끌다 갑자기 사표를 내는 등 파행을 거듭해 기소 후 2년 2개월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적 흠결 시비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5월 중순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사법부의 불공정 논란으로 국론 분열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 만일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헌정 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당선 이전의 재판은 계속 진행돼야 하고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사법부가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을 미루거나 ‘면죄부’를 준다면 진영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항소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사실과 증거·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재판부 압박을 중단하고 겸허히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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