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주산면에 위치한 주산중학교는 유일한 재학생인 A 군이 졸업하면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았다. A 군이 입학한 2021년부터 졸업한 지난해까지 이 학교의 전교생은 1명이었다. 학교 인근에는 차로 10분 거리 이내의 공립과 사립 중학교 2곳이 있었지만 전북교육청과 학교는 A 군을 전학시키는 대신 전교생 1명 체제를 유지했다. A 군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A 군이 재학하는 동안 이 학교에는 교원 5명과 일반직 및 공무직 각 2명 등 총 9명이 근무하며 연간 7억 6000만 원을 썼다. 이 가운데 인건비만 전체 지출의 75%인 5억 7000만 원에 달했다.
이 학교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재정교부금이 낭비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지방 교육청에서는 넘쳐나는 재정을 방만하게 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6일 “현재의 교육행정을 교육 공급자 중심에서 교육 수요자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교육재정의 비효율적 활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 주문진읍의 초등학교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학생 수가 251명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주문진초는 불과 3.9㎞ 떨어진 거리에 주문진초 삼덕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차로 6분이 채 걸리지 않는 분교에 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데 교직원은 3명이다. 본교인 주문진초를 제외하고도 차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주영초(110명)와 신영초(37명)가 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통합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신용초·주영초·주문진초(삼덕분교 포함)의 인건비 포함 학교 현장 집행 금액 합산액은 71억 7000만 원이지만 학교 4곳을 통합하고 스쿨버스를 운영할 경우 총교육비는 46억 4000만 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교부금은 학교의 시설 개선 사업에서도 광범위하게 누수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A 초등학교는 최근 교육 시설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했다. 이 지역의 초등학교들은 대개 2012년 세종시 출범에 맞춰 지어졌기 때문에 오래된 학교도 10여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학교 리모델링 사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세종 지역의 초등학교는 지어진 지 길어야 10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교육교부금 예산 사업은 일단 따놓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학교 행정 직원들이 건물 전체를 샅샅이 뒤져가며 건물의 균열을 발견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지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출산할 경우 교육교부금으로 100만 원 이상의 축하금을 지급하는 교육청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국세와 연동돼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의 산정 방식을 개편하지 않고서는 교육 현장의 재정 낭비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내국세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매년 늘어나는 반면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어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교육 수요와 관계없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전국 시도 교육청이 제때 쓰지 못하고 54개 기금에 쌓아놓은 돈이 18조 6975억 원에 이른다. 돈은 쌓이는데 쓸 곳이 없으니 일단 각종 기금에 돈을 ‘파킹’해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교부금은 현 제도 유지 시 2020년 49조 9000억 원에서 2070년 222조 6000억 원으로 4.46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 역시 같은 기간 891만 원에서 9781만 원으로 약 10.98배(연평균 4.8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는 교육교부금 낭비를 막는 대안으로 △내국세와 연동된 산정 방식 폐지 △중앙정부의 표준 교육비 산정 및 지방정부의 예산 매칭 △300명 미만의 소규모 학교 유지 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 세수로 충당 △학교 통폐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개선 시 추가적인 인센티브 지급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교부금만 제대로 돌려도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제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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