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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필요한 원전 상시검사제 [기고]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단기간에 집중 실시하던 정기검사

정비·심층 등 구분 일부 상시 시행

운영자·규제기관 역할 조정 통해

원전 안정성·효율성 모두 높여야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가끔 통근 버스 대신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출발 전에는 꼭 타이어를 점검한다. 30여 년 전 타이어 바람이 빠진 줄도 모른 채 운전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후 지금까지 이어온 운전 습관이다. 타이어 마모 상태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문제가 되기 전에 교환한다. 상시 점검하고 정비한 후 타이어 때문에 낭패를 겪지 않았다.

차량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1차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유지·관리 소홀은 예기치 않은 고장이나 사고로 이어져 운전자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차량의 유지·관리를 운전자에게만 맡기지 않는다. 모든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부적합 사항 정비 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런 개입을 통해 자동차가 안전 운행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게끔 유도하고 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원자력발전소도 유지·관리의 1차 책임은 원전 운영자에게 있다. 원전 운영자는 원전이 운영에 적합한 상태인지 상시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 설비를 정비하거나 교체하는 등 적절한 유지·관리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규제 기관은 원전 운영자의 유지·관리 활동이 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궁극적으로 국민 보호에 적합한지 감시하고, 법과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시정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이처럼 원전 유지·관리에 있어 원전 운영자와 규제 기관의 역할은 구분된다. 이 구분에 따라 두 기관이 본분을 다할 때 원전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올해 국내에 원전 상시 검사 제도가 도입됐다. 과거 18개월 주기로 단기간 집중해 실시하던 정기 검사를 운전 검사, 정비 검사, 심층 검사로 구분하고 일부 검사는 연중 상시 시행한다. 이러한 검사 제도는 일본이 2020년 도입한 제도와 유사하다. 일본은 201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존 정기 검사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검사 제도를 도입했다. 특징은 원전 운영자에게 명확한 책임과 자발적 개선 의무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원전 운영자는 원전 시설과 상황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스스로 검사하고 규제 기관은 원전 운영자의 활동 전반을 상시 점검한다.

상시 검사 제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 운영자와 규제 기관 간 역할 조정이 다소 필요하다. 원전 운영자는 원전 유지·관리 활동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하고 규제 기관은 감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리스크 정보 등을 이용해 확인된 안전 관련 핵심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은 과도한 규제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규제 요원의 업무 과중과 원전 이용률 저하 등 제도 도입 취지에 상반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전 이용률이 과거만 못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족한 2011년에는 원전 이용률이 90.7%였지만 2023년에는 81.8%로 약 9%포인트 떨어졌다. 2018년은 65.9%에 불과했다. 현안 발생 시 과도한 규제 요구로 원전 재가동까지 오래 걸린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원전 이용률 저하는 원전 운영자의 손실로만 그치지 않는다. 원전 정지 기간에 다른 비싼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원전 1기는 수조 원이 훌쩍 넘는 비싼 재화다.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원전 26기의 이용률을 10% 올리면 신규 원전 2.6기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민은 너무 비싼 전기를 원하지 않는다. 안전하면서도 합리적 가격의 전기를 원한다. ‘선택과 집중’ 원칙을 지켜 상시 검사 제도가 원전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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