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TV 출하량이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 기업들은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초대형 TV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위협하고 있다.
23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지난해 중국 업체 3곳(TCL·하이센스·샤오미)의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추월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한국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0년 24.4%에서 2021년 26.3%, 2022년 28.4%, 2023년 29.6%를 기록한 뒤 지난해 처음 30%대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0년 33.4%에서 2021년 32.6%, 2022년 31.3%, 2023년 29.8%로 내려앉았다.
중국 업체들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TCL의 초대형 TV 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지난해 15.0%로 3배 가까이 증가해 이 부문 2위인 LG전자(15.1%)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하이센스 역시 같은 기간 4.2%였던 점유율을 14.6%로 끌어올렸다.
저가 TV 시장에서도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과 콘텐츠로 차별화에 나섰지만 중국 업체들 또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있어 추격을 뿌리치기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점유율 격차도 좁혀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2020년 48.4%에서 44.4%로 줄어든 반면 중국 업체(TCL·하이센스)는 13.5%에서 22.9%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TV 시장에서 19년 연속 매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2020년 31.9%에서 지난해 28.3%로 낮아졌다. LG전자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16.5%에서 16.1%로 하락했다. 반면 TCL은 점유율을 2020년 7.4%에서 지난해 12.4%로 크게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센스의 경우 지난해 10.5%를 기록해 점유율이 10%대로 올라섰다.
한편 2500달러(약 36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49.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 역시 30.2%로 2위를 기록했다. 저가 시장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6%, 0.9%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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