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세금 감면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책의 효과가 미국 경제에 해(害)가 될 것이라 예단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9일(현지 시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영향과 관련해 “일반적인 예상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규제 완화의 경우 많은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부담을 가하지 않고 성장을 이뤄내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주변 기업인들의 낙관적인 전망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규제 측면의 변화와 관련해 상당히 낙관적인 많은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들은 규제의 영향이 실제로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을 압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스틱 총재는 트럼프 정책이 물가를 올릴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 반대일 수 있다”며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우려했다. 앞서 12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3%대로 올랐다. 보스틱 총재는 “지금 큰 문제는 1월 CPI가 새로운 추세를 나타내는지, 아니면 그저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몇 달 동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트럼프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월러 이사는 우선 “관세는 물가를 완만하게 높일 것이고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과 시점에 한 번의 가격 상승을 초래할 뿐 인플레이션의 요인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논의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정책은 긍정적인 공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인플레이션에 하향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트럼프 효과’에 대한 연준 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려에 가깝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참가자들이 무역과 이민정책의 잠재적 변화,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지정학적 변화, 예상보다 강한 가계지출의 영향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높은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 기조의 추가 조정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언이 포함됐다.
이날 회의록에서는 연준이 2022년 6월 시작했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 정책의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 중단해야 할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QT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회수 자금을 국채 매수에 재투자하지 않는 유동성 축소 정책이다.
연준이 이날 언급대로 QT 속도 조절이나 중단을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는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QT 중단은 연준의 국채 매수가 늘어나 시중금리가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금리 환경을 선호한다. TD증권의 금리전략책임자인 제나디 골드버그는 “예상보다 일찍 QT가 멈출 수 있다”며 “국채는 약간 강세(금리 하락)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회의록 발표 후 1.8bp(bp=0.01%포인트) 내린 4.534%에 마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