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정국과 야당 주도의 국회 지형 등을 고려하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제도화한 민간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이 ‘투기꾼에게 꽃길을 열어준 제도’라는 트라우마가 강해 반대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심각한 지방 부동산 경기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매입형 임대등록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법규상 매입형 등록임대는 다가구 주택 등 비(非)아파트만 가능하지만 이를 전용면적 85㎡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준공 후 아파트를 분양받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민간 임대주택법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다.
민간 임대사업제도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주택 임대사업자를 제도권으로 유인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로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고 투기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2020년 7·10 대책에서 장기 임대사업자에 대한 아파트 매입 임대를 중단했다. 또 주택 임대사업자도 기존 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면 등록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퇴출을 유도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의 둔화세가 뚜렷하자 재정 당국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매입임대 제도의 복원을 추진했다.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악화가 심각한 만큼 민간 임대사업자를 통해 물량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만 7000가구에 달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안팎에선 LH 등 공공이 이 가운데 3000가구,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5000~8000가구 정도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민간이 나머지 6000~9000가구를 매입하도록 해야하는데 민간 임대사업자를 통해 상당수 해소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하고 지방 건설업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 정부와 민간 모두 이견이 없다”며 “전남 등의 악성 미분양 물량도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야당 측도 민간임대 사업자를 통한 악성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민간임대 사업 활성화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경험하면서 정책 완화에 대한 반대 기류가 거세다. 민간임대 사업자 양성화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초안을 잡았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조차 실패라고 자인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집필한 ‘부동산과 정치’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는 ‘선한 의도’에서 추진했지만 갭 투자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과다한 이익을 보장하는 꼴이 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야당은 민간임대 사업 대신 LH 등 공공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LH에 자금 지원을 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적합하다”며 “매입형 등록임대제는 물량 잠김과 집값 상승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서 폐지한 제도인데 이를 복원하려면 국민을 설득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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