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경제적 식민지화’에 가까운 전쟁 지원 대가를 요구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받은 전쟁 지원의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2조 원)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시한 ‘재건투자기금’ 협정 초안 내용으로, 텔레그래프는 그 요구에 대해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넘어서는 것이고,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식민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초안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적대 세력이 우크라이나 재건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공동 투자 기금을 설립해야 한다. 기금은 미래에 체결되는 우크라이나의 자연 자원 관련 허가와 프로젝트에 대해 방법, 선정 기준, 조건 등을 정할 독점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에서 얻는 수입의 50%와 자원을 수익화하기 위해 ‘제3자에 부여된 모든 신규 허가’의 경제적 가치 중 절반을 가져간다. 미국은 이러한 수입에 대해 유치권을 가지는데 소식통은 이를 두고 “우리한테 줄 돈부터 주고 난 뒤 남는 돈으로 너희 아이들을 먹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수출 가능한 모든 광물에 대해 ‘우선 매수 청구권’을 갖게 되며 우크라이나의 생필품과 자원경제에 대해 거의 전면적인 통제권을 얻게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약에 따른 채무나 가압류 등 조치에 대해 ‘주권국가 면제’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법적 분쟁이 생기면 국제재판 관할 결정에 관한 법리와 무관하게 무조건 미국 뉴욕주의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초안에 실린 조건과 관련해 “법적으로 영원히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삼는 것에 해당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배상 부담액이 어떻게 하더라도 갚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부과되는 부담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볼 때 제1차 세계대전 후 베르사유조약으로 독일에 부과됐던 것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5000억 달러를 넘겨주기로 동의했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나온 ‘종종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거래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문장을 언급한 뒤 이렇게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는 그런 선택의 여유가 없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의한 침략과 동맹국에 의한 경제적 침탈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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