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일처리 문제로 상사에게 폭언을 듣고 쓰러져 사망한 증권사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5년 B증권에 입사해 영업전문직 사원으로 주식중개 및 금융상품 판매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2021년 5월 출근 후 업무를 보던 중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다음날 사망했다. A씨가 쓰러진 당일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의 상장일이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30% 급락했고, A씨는 시급히 매매 주문을 하려 했으나 주문용 단말기의 이상으로 주문을 제때 하지 못했다. 이에 상사가 A씨에게 폭언을 했고, A씨는 지인에게 ‘지금 완전 지친 상태다’등의 답장을 보낸 뒤 몇 분 후 쓰러졌다.
A씨 사망 이후 유족 측은 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A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로와 급격한 스트레스가 A씨의 지병인 변이형 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 심근경색에 이르게 했다”며 “사망 당시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며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가량 증가해 A씨의 업무량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말기 고장, 상사 폭언 등이 A씨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 당혹감을 줬을 것이다”며 “실제 A씨가 쓰러진 것이 그 직후이기 때문에 시간적 근접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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