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반도체 기업 라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앞두고, 첨단기술로 지정된 핵심 기술을 빼돌린 뒤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회사를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6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사피온 전 임원이자 현 스타트업 대표인 A씨를 불구속기소하고, 사피온 전 직원인 B씨와 C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사피온에서 퇴사할 무렵 최신형 AI 반도체의 아키텍처 자료를 외장하드를 이용해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아키텍처 자료는 반도체 칩 내부의 여러 기능 블록 구성과 동작 방식, 데이터 흐름 등을 설명하는 문서다. 반도체의 기초 설계도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이다.
B씨는 같은 해 1~4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AI 반도체 소스코드를 비롯한 각종 기술 자료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같은 해 1~6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소스코드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사피온이 AI 반도체 개발업체 리벨리온에 흡수합병되기 전에 새로운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후 B씨와 C씨는 사피온을 퇴사하고 해당 스타트업에 팀장급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첩보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씨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사무실과 연구소 등에 대해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피해 회사의 소스코드와 아키텍처 자료 등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압수했다. 또한, 이들이 유출한 기술자료를 참고한 정황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를 활용해 유사한 AI 반도체를 개발하지는 않은 점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유출한 소스코드 등의 기술자료는 약 28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 관계자는 “유출된 기술 자료를 활용해 유사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전에 범행을 적발하고 관련 자료를 압수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며 “향후에도 이 같은 기술유출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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