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105560)지주를 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밸류업 계획과 시장 지배력을 높게 보는 반면 국내에서는 위험자산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분석이 맞선다.
13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금융 시가총액은 이날 31조 2462억 원으로 전날 대비 1조 원 넘게 빠졌다. 주가가 3% 넘게 빠지면서 지난해 5월 이후 유지해왔던 코스피 시총 10위 자리를 HD현대중공업(329180)(시총 32조 4910억 원)에 내주게 됐다.
KB금융을 비롯한 금융권은 지난해 밸류업 방안(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 환원 확대에 사활을 걸어왔다. 실제로 KB금융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일부 주요 외국계 금융사는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KB금융 목표주가를 높이거나 예상 이익 규모를 늘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KB금융 목표가를 기존 11만 3000원에서 11만 8000원으로 상향했다. 박지훈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은 5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발표”라며 “이는 KB가 발표한 단일 자사주 매입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스위스계 금융사 UBS도 실적 발표 이후 KB금융의 목표가를 기존 8만 5600원에서 9만 원으로 높여잡았다. JP모건은 KB금융의 2025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1만 4877원에서 1만 4948원으로 확대 조정했다. JP모건은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지속적인 주주 환원 확대 기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앞서 약 22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오크마크인터내셔널펀드(OAKIX)도 KB금융지주 주식을 지난해 말 새로 편입했다.
국내에서는 온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밸류업을 이끌 정책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 주가는 올해 들어 주춤하다. 지난해 고점 대비 KB·신한금융 주가는 약 27%, 하나금융 주가는 약 14% 내렸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등 정부가 진행하던 정책 추진 동력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 가격 하방 압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B금융이 이달 5일 실적 발표에서 내놓은 자본비율과 주주 환원책이 투자자의 기대를 밑돌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는 지난해 말 CET1이 13.51%로 전 분기 대비 0.34%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이후 “CET1 하락 탓에 주주 환원 여력이 크게 감소됐다”며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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